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규정하고 정리하고 계열화 시켜냈다. 그래서 인간은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규범을 정하여 사회를 구성하는데, 역으로 이것은 (특히, 근대 이후)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기구와 장치들 속에서 우리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박제된 동물들이 그들이 살아있을 적에 있는 듯한 그림을 배경(디오라마)으로 모여있는 자연사 박물관은 인간들이 생산해 낸 이론으로 동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 분류하여 전시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자연사 박물관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정의 내려진 규범 혹은 이론이 구현되고 있는 사회적 공간이다. 그리고,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자연사 박물관의 (비)실제적인 동물 이미지를 통해 지금까지 학습한 지식이 과학적인 담론임을 확인하는데, 이것은 동물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인식함으로써 이전부터 주입 받아온 짐승들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즉, 동물원, 식물원, 미술관, 도서관 등과 마찬가지로 자연사 박물관 역시 기존사회의 지식체계(혹은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장치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직접적으로 보이는 공간(가시성-체계적으로 구성된 동물의 표본 이미지)과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라는 측면을 감추고 있는 숨어있는 공간(비가시성-지식 혹은 이데올로기 체계)이라는 이중적 모습의 자연사 박물관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이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들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둘러싼 제도와 관습들, 그리고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권력구조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시각적으로 보기에 환영적인 뒷배경과 박제된 동물들이 어떤 것이 박제인지 또 실제 동물인지 또 어떤 것이 그림인지 혼란스럽게 보이기도 하며 키치적인 컬러와 조잡하고 싸구려처럼 보이는 박제와 가짜 나무들 같은 배경이 드러난다. 나는 박제된 동물들을 찍음으로써 그것이 진열된 공간과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장치가 우리 인간들에게 가져다주는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기괴함과 이상한 생경함으로 낯설고 거북한 느낌을 되새기게 한다.

자연사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Natural History Museum, Ewha Womans University)

오리 (Ducks)

초록 바닥이 있는 자연사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with Green Floor)

미국 박쥐 (American Bats)

딱따구리 (Woodpackers)

다람쥐과 (Sciuridae)

쥐과 (Muridae)

미국산 조류 (American Bird)

나비 (Butterflies)

올빼미과 (Strigidae)

꾀꼬리 (Orioles)

고생대 (The Paleozoic)

뱀, 디오라마 (Snake, Diorama)

 웃는 사자 (The Smiling Lion)

두 마리의 한국 호랑이와 두 마리의 미국 늑대 (Two Korean Tigers and Two American Wolves)

뼈들 (Bones)

자연사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Natural History Museum, Ewha Womans University)

표본실 (The Specimen Room)

패류 (Shells)

상어 (Sharks)

컬러풀 디오라마 (Colorful Diorama)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 전경 (Natural History Museum Building, Kyung Hee University)

서울대학교 도서관 복도 (Seoul National University Library Corridor)

이 ‘자연사 박물관’ 시리즈는 ‘동물원’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동물들이 실제로는 살아있지만 박제된 동물과 다름없이 인간들이 제시한 이론에 의해 규정되고 정리되고 구분되어 전시된다는 측면에서 같은 모티브로 시작하게 되었다. 표본실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정의 내려진 규범 혹은 이론이 구현되고 있는 사회적 공간이다. 동물원에 가서 우리가 이건 내가 책에서 본 동물들의 모습과 이름임을 확인하듯이, 표본실에서 내가 아는 동물이 박제된 것을 보거나, 이미 없어져 버린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머리 속에 저장된 이미지와 맞추어 보는 것이다. 뒷 배경에 그려진 그럴 듯한 배경과 더불어---
우리는 동화책에서, 교과서에서 보고 배운 동물들의 모습과 이름을 그곳에서 확인한다. 그리고 동물과의 유사성과 차이를 인식하게 되고, 이것은 또한 이전부터 주입 받아 온 짐승들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즉 표본실 역시, 동물원, 식물원,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과 마찬가지로 기존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장치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직접적으로 보이는 공간(가시성)과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라는 측면을 감추고 있는 숨어있는 공간(비가시성)이라는 이중적 모습의 표본실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동물원이 살아있는 동물들을 모아 놓아, 전시해 놓은 반면(물론 나는 동물원 안의 동물들은 그들의 본성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으므로, 살아있다고 하나, 진정 살아있다고 보진 않는다) 표본실의 박제된 동물들은, 오히려 죽어있으나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듯하게 보이길 원한다. 박제된 동물들을 찍음으로써 그것이 진열된 공간과 표본실이라는 장치가 우리 인간들에게 가져다주는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기괴함과 이상한 생경함으로 낮선, 거북한 느낌을 되새기게 한다.
표본실에서 볼 수 있는 박제된 동물들은 키치화된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 동물들이 있었음직한 자연을 뒷 배경으로 삼아 같이 어울리는 동물들과 놓여져 있는 모습은 자세히 고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려진 뒷배경의 어울리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에 힘입어 오히려 생경한 느낌을 보는 전달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립 자연사 박물관이 없다.
경희대와 이화여대 등 대학에 계신 교수님들이 사적으로 모은 소장품이 많아지면서 그것이 확대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산의 문제 등으로 외국처럼 거대하고 잘 만들어진 자연사 박물관이 아니라 비교적 작은 규모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에는 각 대학을 상징하는 동물들을 석조동상등으로 만들어져 캠퍼스에 놓는다. 본인이 찍은 자연사 박물관은 거의 경희대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경희대의 학교를 상징하는 아이콘은 사자 그것도 ‘웃는 사자’이다. 그래서 경희대에 가면 사자 석조상이 있고, 그 안의 자연사박물관 2층 표유류관 입구에는 박제된 ‘웃는 사자’가 찬란한 햇빛을 받는 경희대 건물을 배경으로 놓여져 있다.
호랑이관에는 한국호랑이 두 마리가 있고 양 옆에는 미국회색늑대와 미국흰색늑대가 같은 공간 안에 놓여져 있다. 뒤에는 그 호랑이가 살아 있었을 공간을 조사해서 그린 그림이 아닌 값싼 도공에 의해 그려진 그 한국호랑이와 관계없는 우리 주변의 어떤 산이 그려져 있다. 더구나 통유리로 되어 있어야 할 유리에는 무늬만 나무인 나무로 인해 그 호랑이관은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상황을 일부러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또, 다른 곳의 곰들이 박제되어 있는 관은 뒷 배경에 그려져 있는 곰과 앞에 박제되어 있는 곰의 서식치가 전혀 다른데 같이 놓여져 있다. 뒷 배경에 그려진 곰의 얼굴은 사람의 얼굴을 약간 곰처럼 그린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철저한 고증이 안된 박제와 디오라마의 상관관계, 그 모든 상황들, 유치한 색감과 조악한 박제의 처리, 거기에 화학안료와 같은 컬러사진-이 이미지들이 우리나라의 근대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상황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대충, 빨리 그럴듯하게, 대강, 보여주는....
As much as a society is developed, people in the society are bound to define, make orders, and categorize themselves and their environment. In so doing, people construct society by systemizing and setting variety of norms. These norms, on the contrary, started to influence our behaviors especially after modern period.
Natural history museum where you see collections of dioramas with stuffed animals in front of the landscapes in which these animals might have lived when they were alive is actually a place where displays these animals according to the theories of how to classify, and systemically arranges these animals. Therefore, natural history museum is more an institution where human regulations or theories are realized than a physical space. Here, we confirms that what we have learned is the scientific discourse through these (un)realistic animal images; this is a process of reassuring humans superiority over animals through comparing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between them. It is the same as zoos, botanical gardens, libraries, and art museums. Natural history museums are also one of the apparatuses which reproduce ideology(or systematic knowledge) of current society. Thus, I focus on dualistic aspects of natural history museums that offer two spaces with different objectives. One is the space we can see (visibility-systematically arranged stuffed animals) and the other is the space where ideology is reproduced (invisibility- knowledge or structure of an ideology). This suggests raise questions to customs, orders and the power structure that we havent notice while we are living in this complex society.
Images of my work display phantom like background and stuffed animals that have confusing looking whether this is real or not. Tacky colors with kitsch value and cheaply made stuffed animals are juxtaposed among the fake branches to reveal these forced make-believes. By taking photos of these stuffed animals and the space they are exhibited, I question back the meaning of the museum offers to human. And they draw viewers attention to the museums grotesque and strange fe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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